<달의 오래된 노래> – Prologue

감정이 금지된 도시에서, 한 사람의 마음은 아직 살아 있었다


도시는 감정을 잃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잃은 척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웃지 않고, 울지 않는다
기쁜 일이 있어도 축하하지 않고
누군가 아파도 그저 “빠른 회복을 바랍니다”라고 짧게 말할 뿐이다
말투는 낮고 일정하고, 눈빛은 감정이 지워진 디지털 화면 같다


그런 도시에서 나도 37년을 살아왔다


감정 억제법이 처음 시행되었을 땐
아이들이 먼저 울음을 멈췄다
학교에서는 “감정 자제력 점수”라는 항목이 생겼고
교실 안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면 지적받았다


어른들은 빨랐다
익숙하게, 조용히, 감정을 껍질 속에 감췄다
화내지 않고, 웃지 않고, 불편해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는 게 도시의 질서였다


나는 그걸 ‘조용한 폐허’라고 불렀다
겉은 멀쩡하지만
안은 텅 빈
무너지지 않지만 살아 있지도 않은 그런 구조물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마음속엔 계속 잔상이 남아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들었던 멜로디
누군가의 낮은 목소리
그리고 어느 저녁의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람의 얼굴


기억 속의 그는 웃고 있었다
입가에 작게
하지만 분명히 감정을 담은 웃음이었다


그가 누구였는지
어디서 만났는지
얼마나 함께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나는
누군가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 사실이
이 도시에서 가장 위험한 기억이 될 줄은 몰랐다


국가데이터관리국에서는
이런 기억을 ‘불완전 감정 데이터’라고 분류한다
감정이 남은 콘텐츠는 모두 폐기된다
음악, 시, 회화, 옛 광고, 오래된 영화 대사까지
감정이 묻은 모든 정보는 압축되어 어딘가에 저장된 후
‘영구봉인’ 처리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은 삭제하지 않는다
단지 감춘다
영원히 열지 못하게 묶어두는 것일 뿐이다


그 증거가
‘그날’ 있었다


2027년 3월 9일
금지된 음악이 내 방에서 흘러나왔다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무 버튼도 누르지 않았고
기기는 연결되어 있지 않았으며
스피커는 꺼져 있었다


그런데도 음악이 흘렀다


아주 작은 볼륨으로
낡은 첼로 소리처럼 부서진 음들이
내 책상 위를 천천히 맴돌았다


나는 가만히 앉아 그 소리를 들었다
숨도 쉬지 않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그를 다시 만났다


낡은 카페의 폐허
운영 중단된 지 2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커피 향 대신 먼지 냄새가 퍼지는 공간


그는 그곳에 있었다
말없이, 마치 내가 올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


그의 손엔 작은 휴대용 스피커가 들려 있었고
그 안에선 내가 낮에 들었던 그 멜로디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나에게 말했다


“달빛 아래선… 아직도 마음이 반응해요”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 감정이 나도 모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날부터
나는 그를 다시 믿기 시작했다


아니
감정이라는 것 자체를 믿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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