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필요 없는 아침
토요일 아침은
시간이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눈을 뜨고도
바로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날.
알람을 끄지 않아도 되고,
다시 잠들지 않아도 되는 상태로
그냥 누워 있는 시간이 허락된다.
창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는 걸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방 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졌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밝고,
평소보다 느리다.
이런 아침에는
몸보다 마음이 먼저 깨어난다.
해야 할 일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게 이상하게도 편안하다.
오늘은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몸
컵에 물을 따르면서
아직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를
손바닥으로 느낀다.
급하지 않게 움직이는 손이
오늘은 조금 낯설다.
평일의 나와는
속도가 다르다.
토요일 아침의 좋은 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굳이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창가에 놓인 물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말없이 햇빛을 받고 있다.
정리되지 않은 채로도
충분히 안정적인 모습이다.
나른함은
게으름과는 조금 다르다.
쉬고 있다는 감각에
몸이 천천히 적응하는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이 시간에는
생각도 서두르지 않는다.
아직은,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에 대한 평가도
잠시 뒤로 미뤄둔다.
오늘은 그저
아침이 밝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한 날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있지만
흘려보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잠시 붙잡아 둔 것처럼
방 안에 머문다.
이런 아침이
매번 소중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더 좋다.
의식하지 않았을 때에만
조용히 남는 순간들이 있다.
아마 조금 뒤에는
평소처럼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이 햇빛이 방 안에 머무는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토요일 아침은
그 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고도
알려준다.
